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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문제 해결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위원장
 

‘세류성해(細流成海).’ 가는 물줄기가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작은 힘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의미와도 맥이 닿아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이를 경험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것은 거대 권력도 아니고 정치적인 어젠다도 아니었다. ‘국민주권’을 위해 행동했던 ‘시민들의 힘’이었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대한민국 변화를 이끄는 중심, ‘시민운동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제언을 경청해본다. [편집자주]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서울에 상경해 최초로 얻은 집이 미니원룸이었다. 책상 밑에 간이용 침대가 들어가고 작은 화장실이 있는 한켠에 있는 구조였다. 비좁긴 하지만 깨끗한 건물이니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집이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컸다. 최소한 집다운 집에서는 살아야겠다는 마음에 계약 기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 스무살 첫 자취의 씁쓸한 경험… 청년 주거 빈곤, 구조적 문제 마주하다 

청년 주거문제 해결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최지희 위원장의 첫 자취 경험은 이렇게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부모님이 구해주신 이 미니원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 관리비까지 별도로 있어 적지 않는 금액을 매달 내야했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운 주거 환경까지 주어지진 않았다. 

이런 경험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다. 최 위원장은 “주변의 친구들의 형편도 같았다”며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에, 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그저 참고 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6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1인 20∼34세 청년가구 중 주거 빈곤 가구의 비율은 2005년 34.0%, 2010년 36.3%, 2015년 37.2%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주거빈곤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지하(반지하)·옥상(옥탑)거주 가구, 비닐하우스·고시원 등 주택 이외 기타 거처 거주 가구를 말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일 일까. 아니었다. 최 위원장은 “과도한 투기로 왜곡된 부동산 시장, 고여서 썩어왔던 왔던 것들이 가장 약한 계층인 청년층에서 터지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이 생각은 최 위원장을 ‘시민운동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2013년부터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단체는 기숙사 문제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으로 2011년 결성됐다가 2013년부터 청년 주거 문제 전반을 해결하는 시민단체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처음부터 활동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자체가 부재했던 데다 편견의 시선도 따가웠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청년주거’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했다. 당시에는 청년 주거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청년 주거 문제 얘기를 하면 ‘니네가 정말 힘들어?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는 접근 논리가 작동했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았다. 공무원들과 얘기를 해봐도 같았다. ‘나 때는 방 한칸이라도 생기는게 로망이었다’ ‘그 때는 좋은 시절이었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최 위원장은 “탈출을 했으니까 추억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청년세대는 현 상황이라면 지금의 주거 빈곤을 탈출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이것이 간과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 “지금 세대는 탈출 못한다는 게 문제” 

시선부터 바꿔야 했다. 이에 초창기에는 실태조사에 집중했다고 한다. 청년 주거 문제의 심각성을 증명할 자료가 필요해서다. 이같은 일환으로 처음 나온 것이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고시원’이라는 제목의 실태 조사 결과였다. 민달팽이유니온은 2012년 기준 3.3제곱미터(1평)당 임대료를 비교했을 때, 서울 시내 고시원(15만2,685원)이 도곡동 타워팰리스(11만8,556원)보다 1.28배 비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닭장 같은 집에서 숨만 쉬며 살고 있으면서도 청년들이 얼마나 살인적인 임대료를 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자료였다. 최 위원장은 “이 조사 결과가 화제가 되면서 미디어와 시민사회 일각에선 조금씩 청년 주거 문제를 갖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관심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했다. 기자회견, 토론회 등 다양한 방식을 이용해 청년 주거 문제를 알리는 한편,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찾았다. 

“공공임대 정책에서 청년 계층은 소외돼 있었다. 행복주택과 같은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많았다. 입주 자격의 문제가 단적인 예였다. 초창기 입주자격만 보면 청년층을 포괄하는 카테고리가 대학생, 신혼부부, 중소기업 근로자 뿐이었다. 대학생만 해도 휴학생 등 카테고리가 다양한데 오로지 재학생만 인정됐다. 대학 미진학자나 취업 준비생 등은 포함되지도 못했다. 주택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데 운동을 집중했다.”

청년임대주택 입주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를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2013년 행복주택 시범지구 7곳 중 상당수는 주민 반발로 지정이 취소됐다. 서울시의 ‘역세권 2030청년주택사업’도 입주 예정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특히 서울 영등포구와 강동구 일대의 반발이 컸다. 대부분 슬럼화, 집값 폭락, 퇴폐적 문화 확산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주민들을 설득하고자 현장을 찾은 민달팽이유니온도 원색적인 비난에 시달렸다. 최 위원장은 “심지어 청년들이 들어오면 ‘모텔촌 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한 공청회에 참석했을 때, 어떤 주민은 ‘내가 어떻게 쌓아올린 집값인데, 너네같은 얘들이 와서 망치려고 하니냐’며 비난했다”고 회상했다. 

◇ 조금씩 바뀌는 시민의 시선 “그래도 희망은 있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곳곳에서 지역 주민들의 치열한 반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겠다는 게 민달팽이 유니온의 각오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찾았다. 

최 위원장은 “예전에는 무조건 비난하거나 이를 동조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들어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며 “민달팽이유니온의 활동을 응원해주는 주민들도 늘어났다. ‘청년들이 얼마나 힘든데, 이런 문제를 반대하고 있다는 말이예요’라고 말을 건네는 주민들도 있었다. 응원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에서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는 시각 역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예전에는 청년 주택 건립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가 중심이 된 기사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가 부각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확대되고 있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다만 공공임대주택 확대만으로 청년의 주거난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터. 민달팽이유니온은 ‘사회적 주택’이라는 대안 모델을 제시해 주목을 받아왔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2014년 주택협동조합을 만든 뒤, 청년들이 함께 사는 ‘달팽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출자와 후원을 받아 다가구주택을 임차해 청년층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재임대하고 방식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2014년 8월 서울 남가좌동에 달팽이집 1·2호를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7호까지 늘렸다. 재개발과 임대계약 만료에 따라 최근 두 채가 줄어 현재는 5호까지만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을 늘려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사업이 목전까지 왔다가 엎어지는 일이 잦았다. 그런 일을 계속 겪으면서 그럼 우리가 직접 해보자 하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 달팽이집 사업이다. 평생 월세로 날아가 버릴 돈의 일부를 미리 모아 청년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견본을 제시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봤다.”

실험은 의미 있었다. 입주 청년들의 만족도도 높았고, ‘사회적 주택’에 대한 관심 환기로 이어졌다. 민간은 물론 공공 부문에서도 사회적 주택 모델 개발에 더욱 나서게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 역시 주요한 성과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자체적인 ‘달팽이집’ 외에도 LH가 운영하는 사회적 주택도 위탁 운영하고 있다. 

◇ 달팽이집이 보여준 가능성… 청년들 함께 살며 답 찾다 

공동체 문화가 청년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최 위원장은 “요즘 청년들은 각자도생의 환경에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며 “답이 없는 구조에서 개인은 고립돼 있고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었다. 공동체 주거 문화는 고립된 청년들을 연결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갈길은 멀다. 최 위원장은 “주거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과 정책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주거 정책에 있어서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년을 하나의 사회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난 해결이 필요한 사회적 의미도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청년층은 사회에서 약자층”이라며 “사회적 약자층에서부터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보편적인 주거권이 신장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청년 주거 문제는 비단 청년만의 문제라는 아니라는 게  최 위원장의 생각이다.

“청년 주거 문제는 청년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기도 하지만 부모 세대의 문제기도 하다. 또 미래의 청년이 될 아이들의 문제다.”

최 위원장은 개인의 관심과 작은 실천도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꼭 대단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청년 주거 문제 기사가 났을 때 클릭을 해보고 댓글을 달고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청년 문제 의제가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

그러면서 자신이 시민활동을 하는 이유도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내가 잘 살기 위해서 이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 사회에서 잘 살기 위해선 돈을 많이 버는 방법도 있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이 활동을 하는 게 보다 빠르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봤다.”

마지막 질문으로 민달팽이유니온의 목표를 물었다. 최 위원장은 “모든 문제가 해결돼 저희 단체가 없어지는 게 목표가 아닐까요”라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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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위크(http://www.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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